인도하심에 감사드리며....

조용배/M.Div.1 0 3,860 2010.10.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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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가운 가을 햇살 속에서 합신 두 학기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여름 계절학기까지 참으로 숨가쁜 시간을 달려온 것 같습니다. 합신 입학 공지가 나기가 바쁘게 시작된 헬라어 계절학기. 매일 아침 군대에 복귀하는 이등병의 심정으로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걸어 등교했던 힘들었던 그 겨울. 낯선 환경과 공부에 적응하느라 때로는 고민도 많았던 시간들. 합신의 첫 학기는 학우들간에, 또 사제간에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참 감사한 것은, 이 곳 합신에 본이 되는 훌륭한 스승님들께서 많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후학들에게 올바른 신학을 가르치려는 뜨거운 열정, 확고한 신학, 여러 모로 부족한 저희들을 품어주시는 포용과 인내, 일상에서 보여주시는 깊은 기도의 모범, 합신에 대한 사랑 – 이렇듯 단순한 지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전인격적인 가르침들이 제게는 항상 큰 도전이요 배울 점으로 다가옵니다. 더욱이 이러한 교수님들을 가까이서 뵙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비교적 많다는 것은 제게 큰 유익이 되었습니다. 일례로 합신에는 멘토링 제도가 있는데, 교수님 한 분이 학생 10명 정도를 멘토링하여 한 달에 한 번 이상 만나서 지속적으로 교제를 나눕니다. 이는 규모가 작은 합신이기에 오히려 가능한, 귀하고 유익한 제도입니다. 그리고 지난 학기에 저를 포함한 선교전공자들은 교수님의 주관 하에 등산을 하고 또 1박 2일로 MT를 다녀왔는데, 교수님의 섬기심으로 맑은 공기, 맛있는 음식, 그리고 서로간에 흉금을 터놓는 대화를 가졌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입학 전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한 학기를 지내보니 이 곳 합신은 역시나 면학의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물론 철모르는 신입생이기에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그런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학우들이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수업에 임합니다. 매주 나오는 과제물과 레포트에 밤 12시가 넘도록 기숙사에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들이 제게 스트레스가 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귀한 지식들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신학의 틀을 세워나가는 이 시간이 감사하게 생각되면서 이제는 즐거움과 보람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한 학기를 지내면서 학업과 관련하여 인상 깊었던 것은 학우들간에 경쟁이 아닌 동행의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시험 때가 가까워지면 학우들이 인터넷 까페에 시험 관련 자료들을 자발적으로 올리기 시작하고, 바쁜 사역과 스케쥴에 미처 시험을 준비하지 못했던 학우들이 그 자료를 내려 받아 시험 준비를 합니다. 학교와 직장의 경쟁 문화에 익숙한 저에게 이러한 섬김과 나눔은 신선한 충격이요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합신 입시를 준비할 때, 역시 합신을 졸업하신 저희 교회 목사님께서 저를 포함한 입시생들을 부르셔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서로 경쟁하지 마십시오. 신학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 목적이 결코 경쟁과 성적 관리를 위해서가 아님을 이제는 저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합신에서 1학년들은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남겨두고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은 제게 큰 부담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이라는, 한창 아빠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제가 학교에 들어가는 날이 되면 아쉬움에 몇 번이고 아빠 언제 오냐고 묻는 모습을 뒤로 할 때, 학교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을 통해 저는 많은 유익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크지 않은 학교에서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는 생활은 자연히 학우들간에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합니다. 90여명의 동기들 얼굴을 언제 다 익히나 했는데, 이제는 얼굴과 이름을 모두 기억하게 되었고 제법 친해진 동기들도 생겼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만들기 힘든 많은 인간관계를 이 짧은 시간 동안에 동고동락하면서 만들어간다는 것은 기숙사 생활의 가장 큰 유익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마치 양날의 검처럼 유익과 동시에 힘든 점도 있습니다. 다양한 기질과 은사를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는 가운데 그들의 장점을 배우고, 부족한 점은 감싸 안는 것을 삶으로 배우게 됩니다. 결국 인간은 항상 부족한 존재이기에 사랑과 배려의 대상일 뿐임을 깨닫는 이 시간은 장래의 목회자들에게 귀한 훈련의 기간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기숙사 입사로 인해 오히려 가정에 더욱 충실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집에 올 때에는 수업 관련 책을 가져오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하였고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공부에 열중하되, 한 주의 수업을 마친 후에는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집중합니다. 아이들과 늘 나가서 놀다 보니 어느덧 저를 알아보는 동네 엄마들이 많아졌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 많았지만 그 시간을 주로 저 자신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절대적인 시간은 그 때보다 적어졌지만 밀도 있게 가족들과 지내다 보니 가족들이 그전보다 더욱 좋아합니다. 게다가 주말 동안 굶주린 저의 학문적 욕구는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 공부에 더욱 몰입하게 합니다. 기숙사 입사가 처음에는 열악한 환경으로 보였지만 결국 저와 가족들의 만족은 한층 커진, 하나님의 은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과 한 학기 동안에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신 하나님. 합신에서의 남은 기간 동안, 그리고 앞으로의 제 삶을 인도하실 하나님을 더욱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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