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 입학, 그 이후..

조남혁/M.Div.1 0 4,967 2009.10.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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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단풍을 보며 저는 이 학교에 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른 신학대학원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마음에 든 적이 없었습니다. 입학설명회를 오진 않았지만 그냥 한 번의 방문이 저에게 왠지 모를 확신과 평안함을 주었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보고 인사할 때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한동대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 또 들었던 것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학교 모습이었고 찾기 힘든 길이었습니다. 아무나 가지 않는 곳, 좁은 길 이것이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 예비하신 길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예비특강으로 헬라어를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2학년 선배 전도사님의 열강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지 1년을 배웠을 뿐인데 그 전도사님의 영성과 지성은 제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입학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합신인이 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또한 그 곳에서 학부 선배를 만나 더욱 기쁜 시간이 되었습니다. 동기들 중에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도 이때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교에 와서 가장 기쁜 것은 바로 동기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선배 전도사님들과의 만남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들을 볼 때마다 저의 가슴도 뛰고 하나님의 마음도 느낄 수 가 있습니다.

    예비 특강 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양심 매점이 있었는데 사실 저는 처음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얼른 인식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없는 매점이라니... 한동대에서조차 그런 시도는 흔히 있는 도둑의 손에 의해 실패로 돌아가곤 했던 것을 기억하는 저로서는 이 매점이 굉장히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신학생들이라 할지라도 과연 이러한 것이 잘 운영이 될 까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역시 합신인들은 멋쟁이들이었습니다. 물론 무감독 시험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한동대에서 시행하고 경험해 왔지만 이곳에서의 무감독 시험은 좀 더 책임감이 들고 사명감마저 드는 분위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합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교수님들이십니다. 축구할 때 같이 하시는 교수님을 보고 저는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취임하신 성주진 총장님의 소탈하심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곤 합니다. 교수님들의 수업마다 울려 퍼지는 진리의 선포들은 저의 우매함과 무지함을 깨우쳐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알 지 못하였던 개혁주의에 대한 선포를 들을 때마다 저는 여기에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9월 16일 총장님과 생활관장님과 한동대를 같이 갔습니다. 가고 오며 나누었던 대화와 나눔들은 허물 없는 합신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주었습니다. 높은 사람들은 권위적이고 말이 잘 안 통한다는 선입견과는 정반대로 두 분은 마치 친구처럼 학생을 대해 주셨고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감동적인 시간들이었습니다.

    2학년 전도사님들의 따뜻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이 되면 방별 기도회를 하는 데 이 시간은 방별 회식을 하기도 하고 기도 제목을 나누고 찬양을 부르기도 합니다. 1학기 때 저희 방은 주로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에 더욱 친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졌고, 서로에 대해 깊이 알고 깊이 교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고민하고 있는 깊숙한 문제까지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누구한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기도제목들이 쏟아져 나와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고도 축복받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하여 응답받은 기도제목도 있고 아직까지 기도하고 있는 제목들도 있지만 이 시간을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고대하고 계시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새벽기도와 경건회 시간은 제게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학과 공부와 적응에도 벅찬 학교생활 속에서 개인의 경건 생활은 뒷전으로 미루어지기 십상인데 아침마다 울리는 노랫소리와 생활관장님의 충고로 일어나 걸어가고 있는 제가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 예배에 시간 맞춰 나가 첫 찬송을 부를 때 하나님의 마음은 정말 기뻐하고 계심을 저는 느끼고 또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경건회와 모든 예배를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방학 중 헬라어 시간에는 저를 자극하는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언어학을 전공한 친구인데 헬라어를 너무나 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전공했지만 그 친구가 헬라어를 잘 하는 것을 보고 자극과 충격도 받고 질투도 나서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몸은 지치고 힘들지만 그 친구만큼 해야겠다는 각오로 피터지게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 친구와 비슷한 실력으로 헬라어를 하게 되었고, 학기 중에는 신약학회에 들어가 그 곳에서 잘 배워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저 혼자 했으면 하지 못 했을 공부들이 친구들을 통해 같이 하니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혼자 살려고 하다보면 죽고, 같이 살려고 하면 산다는 것, 즉 남을 위해 내 목숨을 내 놓는 것이 결국 사는 길이라는 주님의 진리를 경험한 것입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축구 농구 족구 배드민턴 등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거의 다 합니다. 1학기 때에는 너무 운동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통해 많은 합신 친구들과 사귀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낭비했다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저는 멋진 합신인들을 만나기 위한 시간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3년을 보내지는 않겠지만 이 시간들을 통해 많은 합신인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많은 감동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처럼 합신이라는 장소와 시간은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한다는 성경말씀처럼 우리를 날카롭게 하는 장소와 시간 같습니다. 서로 닮아가며 배우는 장소인 이곳은 바로 우리 주님께서 한국과 세계를 위해 예비하신 하나님의 군사 훈련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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