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합신이어야 하는가?

이지일/M.Div.1 0 7,550 2011.08.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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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복음서를 다시 읽으면서 사도들이 증거했던 복음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해 새롭지도 않은,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나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복음의 핵심 과정에 제자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3년간이나 예수님을 따라 함께 살며 제자로서의 훈련을 받았지만, 그들은 정작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신 후 부활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는 너무나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조금의 도움과 보탬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우리 주님은 ‘홀로’ 너무나 완벽하게 구원의 역사를 완성해 가셨음을 보고 새삼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하나님 나라를 이루시는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며, 하나님 나라의 꿈은 인간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꿈은 그 분의 몫이고, 우리의 몫은 다만 한 걸음, 한 걸음 그 분의 말씀에 순종의 걸음을 내딛는 것, 그 뿐인가 봅니다.

돌아보면 저의 인생 또한 그러했습니다. 언제나 저의 뜻은 꺾였고, 그 분의 뜻은 제 삶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성취되었습니다. 제 인생 전체에서 언제나 하나님이 옳으셨습니다. 저의 생각은 언제나 짧고 부족했습니다. 합신으로의 인도하심도 역시 그랬습니다.

사실 제 주위에는 합신 교단에 속한 그리스도인들도 없었고, 합신에서 공부하고 있는 신학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참 신기하고 너무나 감격스럽게도 합신에서 공부하고 있고, 그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꼭 합신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저는 주저함 없이 “예!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저는 20살 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극단적인 긍정적 사고’를 통해 성취를 추구하는 삶을 살았었습니다.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20년의 삶을 산 것입니다. 실제로 초등학생 6년, 중고등학생 6년의 12년의 학창시절 동안 반장 9번, 부반장 2번을 하며 거의 계속해서 리더로서 학생들을 이끌며 학우들과 선생님들에게 인정받으며 살았기에 어쩌면 그런 극단적인 긍정적 사고에 심취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극에 달했던 1997년, 하나님께서는 드디어 당신께서 계획하신 ‘그 일’을 제 인생 가운데 행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은 저를 꺾으시고 낮추시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저는 지원한 모든 대학으로부터 거절을 당했고, 그 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하나님 그 분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그 분 앞에 너무나 교만한 저의 비참한 상태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인생의 영광 속에서가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지극히 낮은 곳에서 말입니다. 그렇게 인생의 골짜기에서 저를 깊이 만나주신 하나님께서는 저를 여러 모양으로 훈련시키셨습니다. 믿지 않으시는 부모님의 강한 핍박과 억압 속에서 재수생의 삶을 통해 저를 낮추시고 낮추신 하나님께서는 대학입학 후 고대기독인연합, CCC, 생명과학대 기도모임(시냇가), 백마부대 처음사랑 찬양단 리더 등의 활동을 통해 저를 훈련시켜 가셨고 여러 모양의 훈련 가운데 목회자와 선교사로서의 삶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당연히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신대원에 가기를 원하고 준비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저를 바로 신대원으로 보내지 않으셨고 졸업 후 S기업으로 이끄셔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을 도전하시고 또 가르치셨습니다.

2007년 7월 하나님께서는 다시 저를 부르셨고 저는 회사를 사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저를 지금까지 섬기고 있는 나들목교회 청년부 사역자로 세우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는 T신학대학원 영어 M.Div 과정에 합격하여 입학을 하게 되었지만,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신학을 하면서 보다 깊은 신학적 사고에 대한 갈증이 생기게 되었고, 그 고민 가운데 만나게 된 숭실대학교 교수님이신 김회권 목사님과 주위의 여러 선배들의 권면을 통해 신대원을 다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의 대표적 Major 신대원 입학을 희망했지만, 오히려 하나님께서는 우연히 알게 된 합신으로 저를 이끄셨습니다. 교세는 비교적 작을지 몰라도 훌륭한 교수님들과 학구적인 학교 분위기에 대한 소문, 그리고 무엇보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간 입학설명회는 합신에 입학하고 싶은 새로운 설레임과 소망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이 합신에서 뜨겁게 공부하며 다음 세대 한국교회의 지도자로가 되는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왜 꼭 합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는 하나님께서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하나님께서는 저를 합신에 보내셨을까요? 짐작컨대 합신은 한국교회의 위대한 스승이신 고 박윤선 목사님을 시작으로 맑고 순수한 영맥과 함께 견고한 개혁신학이 깊게 뿌리내린 학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교수님들의 숨결까지 느껴가며 그들을 통해 수학할 수 있는 기쁨은 합신에 속한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비교적 적은 학생수는 교수님들과 호흡하며 토론까지 가능한 수업을 가능케 하고, 무엇보다 HMS(Hapdong Mentoring System)은 3년 동안 멘토 교수님과 밀착하여 인격적 진리인 복음과 신학을 인격적으로 전수받게 하는 합신만의 자랑입니다.

합신 안에서의 풍성함은 교수님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끈끈한 동기들간의 수평적 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극히 학구적인 분위기 가운데 서로를 경계하는 경쟁적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의 손을 잡고 끌어주며 밀어주고 정상을 향해 ‘함께’ 오르는 기쁨은 합신의 자랑스런 문화입니다.

언제나 기후가 토양을 결정하고, 토양은 그 땅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맺히는 열매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하지만, 훌륭한 인물이 되기 위한 지혜와 비결은 훌륭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합신은 제 영적 분위기이고 토양입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제가 갖게 된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신학적 사고와 안목은 합신이라는 기후와 토양에서 맺게 된 열매입니다. 교회마저도 성공주의와 개인주의에 물든 이 시대 속에서 바른 개혁주의 신학을 깊이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합신은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두신 보루이고 하나님 나라의 전략적 거점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런 이유로 만약 누군가 한국교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한다면 저는 주저함 없이 합신을 소개할 것입니다.

이제 한 학기가 지났을 뿐인데, 저는 벌써 합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 땅에서 저는 하나님의 꿈을 이루기에 합당한 학문과 신앙,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더욱 빚어져 갈 것입니다. 저와 같은 이유로 이 땅에 보내신 동역자들과 함께 말입니다.

당신도 “꼭 합신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으십니까? 제 대답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 합신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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